한국 전통 목가구 목이당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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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옹지마



속리산을 적셔내린 물줄기가 차츰 힘을 얻어 마로의 내를 만들고 그 강둑의 언저리엔 물의 땅도 아니고 사람의 땅도 아닌 변방이 형성되어 있었다.
큰 물이 없던 해엔 사람들이 주인노릇 하지만 큰 장마가 오면 도리 없이 강물이 넘실대는 그런 곳에 거대한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마치 변방의 장수처럼 수마로 부터 땅을 지키던 거목은 수 년전 이미 죽어 뭉퉁한 가지만 매단 채 서 있었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 위용은 대단했다. 가슴 둘레가 5m쯤 되는 나무님을 보는 순간 심장이 바빠지면서 호기가 일었다.
'내가 찾고 구하던 물건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은가?'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거목은 이미 속이 많이 비어 있다는 조짐이 곳곳에 나타나 있었다. 죽어가는 나무를 되살리기 위해 가지마다 땜질을 하고, 뿌리 주위엔 수 없이 영양제를 살포했으리라. 군 보호수라는 꼬리표 때문에 곱게 죽지도 못하고 연명했을 그 시간이 얼마나 길었을까? 그 와중에 속은 썩어 가며 수 십년을 견뎠으리라. 결국 밑둥에는 팔꿈치까지 들어 갈 정도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 나무를 어찌할까?'
'과연 쓸만한 재목이 얼마라도 나올까?'
한 동안 둘레를 서성거리고 메만지며 긴 탐색의 시간을 보냈다.
결정을 내렸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다. 내 삶에 있어 다시 만나기 어려운 기회다. 이 기회를 경험하지 못한다면 두고 두고 미련이 남겠지?'
마치 노름꾼이 새벽을 맞아 가진 모든 돈을 거는 듯한 비장한 기분이었다.

이틀 후 작업차량과 인부들이 함께 현장에 도착하였다. 동네 사람들로 부터 마지막 제물을 받은 거목을 포크레인으로 넘어뜨렸다. 몇 백년의 세월이 넘어가면서 가지 가지들이 토막토막 분해되어 버렸다. 동시에 나의 기대도 소망도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 가족들의 얼굴이 슬픔으로 밀려왔다.

쓰레기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뿌리를 자르고 몸통을 수습하여 대형 카고 크레인에 가득 실었다.
나무의 몸통은 가운데가 텅 비어 어른도 기어다닐 수 있는 터널을 만들었고 가지까지도 속이 썩어 개미집이 되어있었다. 깊은 상실감이 엄습하였다.
무력감에 빠졌다. 나무를 제재소에 보내지도 않고 공장 앞에 부려놓았다.
'어떻게 할까?'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쓰린 마음을 다스리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위해 몰입했다. 어느 순간 4m쯤 되는 나무 둥치의 가운데를 잘라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속이 휭 비어있으니 작업도 쉬울 것 같았다. 작업을 해보니 예상대로 한 쪽은 나무두께가 한 자 이상 남아있었다. 제재를 해도 상당한 목재를 얻을 수 있을것 같았다. 서둘러 카고크레인을 부르고 제재소로 운반하여 두 도막을 4등분씩 세로로 쪼갰다.
역시 "썩어도 준치" 라는 말이 들어 맞았다.
꽤 많은 목재가 남아있었다.

대차 위의 통나무 조각이 톱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레일 앞에서 마지막 패를 뒤집어 보는 노름꾼이 되어 나무 판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판이 떨어지고 휘황찬란한 나무 무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위 "용목" 이라 하여 용이 꿈틀거리는 모양의 무늬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고, 일반 느티나무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귀한 재목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후로 우리 공방의 가구들은 오백여 년 세월의 무게와 깊이를 더하게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 많은 결정과 선택을 해야만 한다. 최선의 선택을 위해 애쓰지만 때로 후회막급한 결정에 고통 당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지금도 공방 앞 마당에 놓여 있는 그 나무의 뿌리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둑인다.
'세상 만사가 새옹지마라 하지 않던가?' 라고 되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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