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기 위해 설계를 히면서 주방과 식당을 가장 전망이 좋고 햇빛이 잘드는 남향으로 배치하였다.
식당의 규모도 가능하면 환하고 넓게 잡고 한 쪽엔 바닥에 앉아서 사용할 수 있는 긴 느티나무 식탁을 놓았다. 길이가 3미터가 넘는 그 식탁은 장정 네 사람이 겨우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크고 기품이 있는 물건이다. 이조가구를 전문 제작하는 우리 집에서는 가구로 취급받지도 못하지만, 그 식탁위에서 여러 사람이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담소하는 요긴한 가구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 식탁의 진가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해질 녘 건너편 산허리로 산그림자가 내려오고 산새들도 마당가 대숲으로 숨어 들어올 즈음,
아내는 FM에서 흘러 나오는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며 저녘 식사를 마련하고 있다.
소박하고 편한 주방가구들과 창 밖의 고즈넉한 풍광은 주부들에게 지겹기도 할 것 같은 밥지기
의 노동조차 저녘 노을로 물들인다.
이때 초등학교에 다니는 늦둥이 딸 아이가 식당에 들어온다. 피아노 학원에서 친구들과 물리도록 놀고나서 집에 돌아온 아이는 식탁에 앉아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엄마와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한다. 잠시 후 엄마는 조리대로 돌아가고 아이는 그 식탁위에 책을 펴고 숙제를 한다. 엄마는
간간이 탁자 너머로 아이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언젠가 우리 딸 아이는 이 집, 이 식탁을 떠나 먼 곳을 여행하며 외롭고 고단한 순간들을 겪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지금 이 식탁의 쉼을 기억하고 행복했던 이 식탁의 느낌을 간직한다면
가슴 저 깊이에서 온기가 올라와 온 몸을 적셔주지 않을까? 우리의 행복했던 이 순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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